10년 만의 정권교체는 대북정책의 변화에 요구가 담겨있다. 2월 25일 출범하게 될 이명박 정부 새로운 대북정책을 추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추진해 왔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햇볕(포용)정책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새 비전, 새 시각, 그리고 새로운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해야 할 국민에 대한 의무로 각인됐다.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이명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동안에도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동족에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남북관계가 다소 불편해지더라도 북한 인권 문제는 시급하기에 해결에 노력하겠고 핵문제 등을 고려하면서 인권문제의 진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당선 직후 내외신 회견에서도 “과거 정권이 북한에 대해 비판을 삼가고 비위를 일방적으로 맞추던 것은 변화가 될 것”이라며 북한인권 개선과 개혁개방 유도,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지원 등을 강조해왔다.
이 같은 이 당선인의 입장에 북한인권단체들은 김정일 독재정권 종식과 북한 인권 개선, 정치범 수용소 해체, 국군포로·납북자 송환 등 북한인권과 관련한 현안들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라는 기대감을 드러냈었다.
이 같이 변화를 앞두고 있는 대북정책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가 공약한 나들섬 구상이나 DMZ의 평화도시 구상, 북한주민소득 3천불 달성을 의한 대북지원 등도 북한의 인권개선의 각 단계에 맞춰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기독교사회책임의 공동대표인 서경석 목사는 21일 북한인권단체연합회(대표회장 김상철)가 새문안교회 언더우드기념관에서 주최한 ‘제2회 북한인권포럼’에 발제자로 참석 ‘북한인권문제와 인도적 지원 문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십년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한 번도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으며 인도적 지원과 북한 인권문제를 연계시키는 일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북한주민의 인권상황이 개선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마땅히 인도적 지원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지만, 인권문제를 외면하고 인도적 지원 활동만 할 경우 인도적 지원활동이 억압적인 북한체제를 유지시키는 결과를 빚어 결과적으로 인권상황 개선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서 목사는 “인도적 지원을 북한 인권문제 개선과 연계시켜 북한을 압박하지 않으면 인권문제는 개선되기 어렵다”며 “이제까지 한국정부와 대북지원NGO들은 인도적 지원은 조건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고집해 왔지만 이 생각은 틀린 생각임이 지난 십수년의 인도적 지원활동의 경험을 통해 명확해졌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이러한 입장은 북한당국이 전혀 원치 않는 입장이지만 한국정부가 일관되게 이 원칙을 고집함으로써 북한으로서도 한국정부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간 차원의 대북지원과 관련해서도 그는 상호주의 적용을 주장하며 "생명과 관련한 긴급지원은 조건없이 이뤄져야 하지만, 병원 건립과 같이 절박성이 떨어지는 지원들은 종교자유의 실현 노력과 연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북한이 비핵화 일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비료 지원 등 일반적인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고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사업에 '매칭펀드' 방식으로 지원되는 교류협력기금도 사용되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사업에도 일정한 제약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상호주의’ 원칙을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상봉 독일통일정보연구소 소장은 '정치범 석방을 통해본 서독의 인권정책'이란 제하의 발제문을 통해 "동독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고 무능한 공산정권을 심판하게 된 돈은 동독 주민에게 직접 전달된 서독 주민들의 쌈짓돈이었다"며 "서독의 친척이나 친구가 동독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직접 건넨 돈의 규모는 분단 시절 동독으로 흘러간 총 지원규모(1천45억마르크)의 60%가 넘는 640억 마르크(약 3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이것이 동독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의존도가 낮아지게 된 이유"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같은 동․서독의 사례는 현금과 물자를 포함한 모든 지원이 북한 정권으로 유입되는 우리의 경우와 판이하다"며 "동독에 대한 직접투자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서독의 사례는 우리에게 불투명하고 정의롭지 못한 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규철 남북경협시민연대 상임대표도 ‘남북경협과 북측 근로자 인권문제’라는 발제문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 ‘묻지마 대북 지원과 경협이 특히 금강산관광, 개성관광처럼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는 사업의 경우, 북한 주민보다는 오히려 독재체제 유지를 위한 달러 수입원 창구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고 “대북지원과 경협을 연계시켜 생존권적 인권이 존중되고 지켜지도록 정부와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주문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지난 해, 서해상을 통해 귀순한 전 북한군 대위 박명호 씨가 현재 북한의 상황을 증언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주민들은 금강산 관광을 오는 남한 관광객들을 옆집에서는 굶어죽고 있는데, 좋은 그림이 있다고 구경하려 오는 경우처럼 생각한다”고 말하고 “북한 주민들은 그런 남측 관광객들을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북한에 제공되는 지원물자와 관련해 “이미 지원물자가 들어오면 북한군 트럭이 300대 이상 쌀을 실고 가기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며 “지원물자는 2~3일에 걸쳐 대부분 군부대로 보내진다”고 증언해 충격을 주었다.
최모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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